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내용의 유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내용의 유래

당연히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유일한 요리문답도 아니고 가장 처음으로 작성된 요리문답도 아닙니다. 사실 요리문답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회의 초기 역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개혁자들은 그저 이 좋은 전통을 취하여 잘 활용하였을 뿐입니다. 루터는 1529년에 소요리문답을 작성하였고, 요한 칼빈은 1542년에 제네바 요리문답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두 요리문답은 전형적인 모범일 뿐이고, 그것들 외에도 수많은 요리문답들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혁교회의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작성한 신앙고백서(Confession)들도 많습니다. 이 신앙고백서들은 아이들과 새로 회심한 어른들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성경의 핵심 교리들을 잘 요약해 주었고 그 자체로서 모든 세대의 신자들을 교육하는 일에 분명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16세기에 그렇게도 많은 요리문답과 신앙고백서들이 작성되었던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깁니다.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를 비롯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자들은 다른 요리문답들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작성하였을까, 아니면 다른 요리문답이나 신앙고백서들에서 표현들을 가져왔을까?’ 이 질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 요리문답 간에 분명한 유사성을 발견한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서 표현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두 문서가 다 제 3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서에 의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 문서 간에 차용이 이루어졌다 해도 어느 문서가 원래의 것이고 어느 문서가 차용한 표현인지도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긴 해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자들이 다른 요리문답들로부터 최상의 개념들과 구절들을 가져와 삽입하였음을 보여 주는 현저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아래에 인용한 단락들이 바로 그러한 사례들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칼빈의 제네바 요리문답 (1542)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가 모두 요한 칼빈의 저작에 친숙하였기 때문에(그들의 생애에 대한 글은 여기를 보시오), 그들이 보다 젊은 교회 지도자들로서 자신들의 여러 질문과 대답들을 작성해 나갈 때에 칼빈의 지혜와 경험을 고려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 섭리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봅시다.

섭리란 하나님의 전능하고 언제 어디나 미치는 능력으로, 하나님께서 마치 자신의 손으로 하듯이, 하늘과 땅과 모든 피조물을 여전히 보존하고 다스리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잎새와 풀, 비와 가뭄, 풍년과 흉년, 먹을 것과 마실 것, 건강과 질병, 부와 가난, 참으로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그의 손길로 우리에게 임합니다. (요리문답 27문의 답)

이 부분과 칼빈의 요리문답에서 같은 주제를 다루는 부분을 비교해 봅시다.

비와 가뭄, 우박, 폭풍과 화창한 날씨, 다산과 불모, 건강과 질병을 보내시는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요약하면 모든 일이 그분의 명령에 달려 있습니다.…… (27문의 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자들이 칼빈의 요리문답 10주일의 이 부분을 사용하였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베자의 짧은 신앙고백서 (1559)

카스파르 올레비아누스는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테오도르 베자도 만났습니다. 그는 베자의 저작을 잘 배웠으며, 아마도 한번은 베자의 짧은 신앙고백서를 라틴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도 하였던 듯합니다. 어쩌면 베자의 신앙고백서에 있는 요소들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스며들어 간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테면 요리문답의 제2주일의 표현을 살펴봅시다. 우리가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느지를 묻고 나서 요리문답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나에게는 본성적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미워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5문답)

베자의 신앙고백서에는 다음의 문장이 들어있는데, 둘 사이의 유사성을 주목하여 보십시오.

우리의 [타락한] 본성은 매우 부패한 성향이 있어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대하여 고약하게 행하며 자기 이웃을 향하여 미움을 갖고 있습니다. (제4항)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우르시누스의 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출처 중 하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바로 우르시누스 자신의 소요리문답인데, 그는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한 직후인 1561년 하반기나 1562년에 이것을 작성하였습니다. 두 요리문답의 제1문을 간단히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관계를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1문.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답: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보혈로 나의 모든 죗값을 완전히 치르고 나를 마귀의 모든 권세에서 해방하셨습니다.

반면에 우르시누스의 소요리문답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질문.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마음을 지탱하는 위로는 무엇입니까? 답: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로 인해 참으로 내 모든 죄를 사하셨고 내게 영생을 주셨으며, 그 안에서 나로 그분께 영원히 영광을 돌리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내용도 비슷합니다. 먼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봅시다.

질문: 이러한 위로 가운데 복된 인생으로 살고 죽기 위하여 당신은 무엇을 알아야 합니까? 답: 다음의 세 부분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나의 죄와 비참함이 얼마나 큰가, 둘째, 나의 모든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어떻게 구원을 받는가, 셋째, 그러한 구원을 주신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우르시누스의 소요리문답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질문.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을 가르칩니까? 답: 첫째, 말씀은 우리의 비참함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둘째, 우리가 그 비참함에서 어떻게 구원을 얻는가를 보여 주며, 셋째, 이 구원에 대하여 우리가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함을 나타내어야 하는가를 보여 줍니다.

우르시누스의 소요리문답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초안이라고 할 만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후자는 우르시누스의 보다 정제된 표현들과 함께 다른 저자들의 통찰들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올레비아누스의 『확실한 기초(A Firm Foundation)

1567년에 카스파르 올레비아누스는 『확실한 기초(Vester Grundt, A Firm Foundation)』라고 불리는 요리무답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특별한 문서는 일찍이 1563년에 이미 작성되어 있었는데, 출간이 된 것은 1567년이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그해 초인 1563년 1월 19일에 곧바로 출간되었으므로, 『확실한 기초』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몇 부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확장의 성격을 좀 더 띤다고 하겠습니다. 여하튼 그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확실한 기초』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표현이 많이 겹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해 볼 때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자들은 백지 상태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이 요리문답을 작성하여야 했습니까? 이미 다른 사람들이 성경의 진리를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로 잘 정리하였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저자들은 요리문답 전체 구조를 전적으로 새로 만들어내기보다, 믿음 안에서 그들의 선조들과 선배들의 어깨 위에 서는 편을 택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어깨를 딛고 더 높이 오름으로써 그들은 이제껏 작성된 요리문답들 가운데 가장 정련된 것들 중 하나를 만들어 내었습니다.